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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데리움

[공포회피형 내 이야기]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 비밀주의 본문

나, 생각

[공포회피형 내 이야기] 내 이야기를 하지 않는, 비밀주의

desiderium 2023. 1. 2. 16:53

알고 보면 나는 사람들을 참 서운하게 만든다. 답장이 느린 것도 그렇고 관심이 충분하지 않은 것. 내가 하고싶은 일이나 할 일에 골몰하며 독립성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 글에서는 비밀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비밀주의

 

내 이야기를 뭐든 털어놓는 것은 나에게 약점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래 나는 인터넷에 글을 잘 쓰지 않는다. 댓글도 쓰지 않는다. 내 의견을 표출하거나 내 사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다.

 

반쯤은 귀찮아서, 반쯤은 어떤 환경과 배경일지 모르는 얼굴도 모르는 상대에게 내 말이 어떻게 와 닿을지 알 수 없어서.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줄 수 있는데다 내가 모든 것을 전부 아는 것도 아니니까. 내 주장은 그저 내 주장일 뿐이니 굳이 타인에게 그걸 전달해야 하나 싶었던 것이다.

 

가까운 사람에게도 그렇다. 나는 내 일에 대한 얘기를 하지 않고, 일적으로 받는 스트레스나 고통에 대해서 함구한다. 나의 오랜 친구들은 내 과거에 대해서 알고는 있다. 상담사 앞에서 말하면 참 힘드셨겠네요, 라는 소리를 듣는 이야기. 털어놓은 것에 대해 후회는 하지 않는다. 다만 그 이후에 마음을 잠깐 터놓으려고 노력했을 때 있었던 일이 마음을 닫게 만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좋은 것, 나쁜 것을 모두 이야기했을 때 상대방의 관점과 입장에서 부딪혀서 만들어지는 영향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또 마음을 열었다가 거부당하는 게 무서웠나보지. 나는 어느순간부터 내 얘기를 털어 놓으려는 노력을 접었다.

 

내가 얘기하는 것은 되도록 밝고 긍정적인 이야기들이다. 누구에게나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오늘 맛있는 걸 먹었다거나 하는 소소한 행복들이다. 내가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라거나 야망에 대해서, 꿈이나 미래에 대해서도 어느순간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것들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더라. 특히 자신의 미래가 정해져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는 자신을 반추하는 계기가 되는 모양이었다. 나는 불안정한 일 환경을 가졌다. 나 자신이 나를 이끌어 가는 사업체나 다름없다. 좋은 것도 나쁜 것도 모두 나에게 달려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불확실하고 공포스러운 부분은 봐주지 않고, 내가 말하는 미래와 현재의 성공에 대해서만 생각한다. 나는 내 일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지지기반을 얻는 것이 아니라, 나를 계속 평가와 판단을 받는 환경에 노출시키는 행위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물론 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 좋은 사람들도 있다. 단지 내가 조금이라도 평가와 판단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일에 지장이 가기 때문에 입을 닫은 것을 선택한 것뿐이다.

 

최근에 누군가가 나에게 내 일에 대해서 물어봤는데, 나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매우 조심스럽게 선을 그었다. 그 사람은 그 뒤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한다. 거절당한 느낌을 받았을 테니까. 나는 답이 없는 그 사람에게 딱히 상처받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심스럽게 말한 내 입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그 사람에게 얘기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나는 그 사람을 애초에 믿지 않았고, 그걸 확인받은 것이다. 동시에 미안한 마음이 생기고, 나에 대해서도 다시 불신하게 된다. 내가 또 선을 그었구나.

 

타인부정, 이라는 말을 보고서 예전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었는데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을 믿지 못한다. 비밀이라고 함구했던 내 과거나 내 이야기가 그 사람들의 친밀한 관계에서는 공공연한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면서, 응원해줄 거라 믿었던 사람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선행해서. 가족이라는 친밀한 관계에서도 나는 어떠한 지지나 안정감도 얻지 못했기 때문에. 포기하고 또 포기하고.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사람을 믿고 싶다고 생각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희망을 가지고 회복하려 하는 것이 나의 장점이니까. 또한 내가 입을 닫게 만들었던 계기를 제공한 이들이 가해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처가 난 부분이 이미 있기에 건드려진 내가 더욱 아팠을 뿐, 사람들에게는 문제가 없다. 다 조금의 선의와 조금의 합리화, 이래도 되겠지 하는 생각, 그리고 때때로 상태가 나빠지는 시기가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최근에는 조금씩 용기를 내고 있다.

 

내 이야기란 그저 타인에게는 스쳐지나가는 바람일 뿐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무거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수많은 조건이 필요하다. 바람에 입혀진 타인의 향기를 무겁게 느끼는 것은 내 마음이다. 그러니까 아마도, 어떤 얘기를 해도 괜찮다.

 

물론 제일 중요한 얘기는 아직도 하고싶지 않고, 언제나 마음을 다친 이야기는 상담사에게 가야 한다는 주의라 누군가에게 얼마나 이야기할지는 모르겠다.

 

그렇기에 이 블로그는 무척이나 용기를 낸 결과다. 들어주지 않는 이야기, 말할 수 없는 이야기. 그런 것들을 세상에 노출시켜보면 어떨까. 어차피 아무도 날 모를 텐데. 하면서 쓰는 것들이다. 양방향이 아니라 일방향이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더 바랄 것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