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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데리움

[공포회피형 내 이야기] 회피형과의 미친 연애 본문

나, 생각

[공포회피형 내 이야기] 회피형과의 미친 연애

desiderium 2023. 1. 1. 14:21

전 연애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말하지 않지만 내 블로그에서 몰래 쓰는 정도는 용납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포회피형과 회피형의 연애는 말 그대로 최악이다. 연애하면서도 상당히 많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사람들의 사례를 수집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공포회피형과 회피형이 연애를 하면 공포회피형이 불안과 회피를 혼자 반복하면서 이른바 '널뛰게' 된다.

 

1. 왜 공포회피형은 회피형에게 끌릴까?
2. 회피형과의 미친 연애
3. 결론

 

1. 왜 공포회피형은 회피형에게 끌릴까?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회피형의 그 독립적이고 혼자 뭐든 잘할 것 같고 나에게 의존하지 않을 것 같은 그 느낌이 공포회피형에게 안전한 거리감이라는 착각을 준다. 너무 밀접하게 다가오는 친밀한 관계를 회피하는 공포회피형에게, 회피형의 그 거리감은 끌리면서도 자신이 조금 더 다가서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

 

나같은 경우,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고 관계에 있어서 잘 도망치고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회피형에게 나의 일부 모습을 보고 말았다. 나라면 저 사람을 이해하고 저 사람을 꺼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나는 관계에 대한 기대도 욕구도 별로 없으니까. 어딘가 언저리에 있으면서 은연중에 내 관심을 무척이나 갈구하는 듯한 저 사람은 나를 침범하지 않고 함께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서 함께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명백한 진리는 사람은 사람이 구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는 이 회피형에게 나는 사랑을 주겠다고 결심하게 된다. 이 거리감이라면 내가 사랑을 줘도 안전하겠지라는 착각. 그게 시작이었다.

 

 

2. 회피형과의 미친 연애

 

회피형은 자신의 감정을 꺼내는 것을 어색해했다. 좋은 감정도, 나쁜 감정도. 특히 나쁜 감정은 타인에게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다 받아주겠다고 했는데도! 하지만 보통은 쾌활하고 즐거운 사람이었다. 나에게 좋은 면만 보여주려 했다. 그 사람은 현실적이면서 독립적인 사람이었다. 나에게 거절 당할까봐 무서워서 한 번 도망갔던 이 사람, 그렇게 잠시 떨어져 있을 때 혼자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일에 반쯤 미쳐 있었다고도 했다. 내가 너무 좋아서 잠깐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고, 만족하려 했었다고 했다. 그런 사실을 조심스럽게 꺼내는, 그러면서도 나의 독립성을 존중해 주는 듯한 그 태도에 나는 이끌렸다.

 

이 회피형은 서운한 점을 내게 말한 적이 없다. 모든 것이 다 괜찮다고 그랬고, 나라서 괜찮다고 했던 사람이었다. 너만 있으면 돼. 그게 말버릇이었다. 겉으로는 둔감하고 예민하지 않은 것처럼 굴었으며, 사람에게 기대도 별로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필요한 건 자기가 그냥 먼저 샀고, 아프고 힘들어도 혼자 앓지 내게 기대기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대신 아프고 힘들면 내게 말하지 않고 잠수를 탔다. ㅋ 싸움이 길어지는 것을 무서워하는지 '미안해.'한 마디로 끝내려 했다. 또한 자기가 주면 줬지 선물 받는 것도 안 좋아했다.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나한테는 선물을 줬다.

 

나를 그렇게 짝사랑해서 나를 갈구했다던 그 사람, 관계가 조금 깊어지자 자신의 독립심을 강조하며 나를 슬슬 밀어내기 시작했다. 나 역시 관계가 깊어지면 사람을 조금 밀어내는데, 나보다 더 심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 또한 내 애정을 재면서 자기가 안전한 거리를 찾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내가 바빠서 못 챙겨주면 더욱 거리를 벌리고, 내가 애정을 쏟아부을 때는 이런 게 익숙하지 않다는 티를 내면서 애매하게 굴다가 또다시 자기 공간을 찾아가려 들었다.

 

하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나 역시 회피기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회피형 연인이 멀어지려는 신호를 보내면 나는 불안해하면서도 관계의 끝을 생각해 마음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정도의 거리감, 일반 연인과 비교도 되지 않는 얄팍한 그 친밀도가 편안하다고 느꼈다. 어차피 불안해하면서 애정을 갈구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못 맞춰줄 게 뻔한데, 이 사람은 그런 면에선 괜찮으니까. 그렇다면 이 정도 거리를 유지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또한 평소에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그 사람이 내게 오거나 나를 보고 싶어할 때 나는 오히려 거리를 벌리기 위해 연락을 늦게 받았다. 계산적으로 굴려고 했던 게 아니라, 본능적으로 반갑지 않았다. 그 순간만큼은 식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매번 은근히 거리를 유지하는 이 사람에게 내가 가까워진다는 것이 불편해서 그랬던 걸까? 나는 마음을 줬으면서도 그걸 부정하려 하고, 내 일과 내 인간관계를 우선순위에 두려고 했다. 그 회피형이 멀어지거나 예측불허하게 연락이 길게 안 되는 순간마다 나는 엄청나게 힘들어했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이 만나거나 연락할 수 있을 때. 나는 그 사람에게 연락하는 대신 관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회피하기 위해 잠을 잤다! 뭐 하는 짓일까? 분명 좋은 순간들도 있었는데. 이게 사랑이 맞았는지는 아직까지 모르겠다. 셀프 고문에 가깝지 않을까?

 

분명 모든 걸 받아주고 싶다고 생각했고 사랑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모든 걸 받아주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온전히 다 주는 방법을 몰랐다. 나부터가 계산을 하고 발을 빼려고 굴었다. 그 회피형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지만. 그 회피형은 갈등 상황 때 일단 잠수를 탔다. 그리고 나타나서 힘들고 아팠다는 티를 풀풀 냈다. 나 역시 관계 스트레스로 얻은 부정적인 생각을 속으로 누르면서 밝게 행동하려고 했기 때문에 매 순간 지쳐 있었다. 우리의 싸움은 빠르게 미안하다와 이렇게 해줘로 끝이 났고, 깊은 감정교류를 나누거나 서로를 솔직하게 드러낸 적이 없었다. 

 

사실 이 회피형은 초반에 자신이 날 좋아할 때, 내가 계속 밀어내고 그 사람의 표현방식을 편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더 다가가길 바랐지만, 내가 애매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기 때문에 자기도 회피하고 숨었던 것이 아닐까. 사실 이 사람이 회피형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다 나랑 비슷한 행동양식을 보여서 회피형이라 하는 거지 테스트를 시켜본 것은 아니다. 회피형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린 그냥 서로 사랑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공포회피형임은 확실하기 때문에 참고용 기록삼아 글을 남겨본다. 공포회피형은 회피 특성을 가지고 있거나 사랑하는 법을 모르는 사람과는 연애하지 말 것. 아니, 그냥 연애를 하지 말 것. 내가 초반에 밀어낸 것도 내 성향을 아니까 연애를 아예 안 하려고 밀어낸 것이었다. 난 정말 연애를 안 하려고 했었다!!!

 

사귈 때 나는 안정형 코스프레를 상당히 잘하는 편인데, 상대가 괜찮은 사람이라면 내 쪽에서 트러블을 만드는 일도 없고, 갈등을 회피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내 쪽에서 상대에게 다 맞추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안 좋게 헤어진 적도 없고, 관계가 끝나도 친구로 남자고 서로 얘기한 관계도 있다. 결국 친구로 얘기하지는 않았지만. 사귈 때 크게 싸운 적도 없고 마지막이 나쁜 적도 없었다. 그런데 나한테만 나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항상 감정적 거리를 유지하려고 드는 내 특성이 연애할 때 나를 매우 고통스럽게 한다. 상대가 사랑을 줘도, 사랑을 주지 않아도 나는 힘들다. 이런 특성은 심지어 관계에도 좋지 않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티가 안 날 리가 없지 않겠는가. 결국 나는 항상 끝을 생각하게 되는 사람인 모양이다. 자책은 아니지만 온전히 사랑을 줄 자신이 없다. 이게 바로 공포회피형에서 말하는 '자기부정'이라는 자각을 한다.

 

3. 결론

회피형과 하는 연애는 누구나 그렇지만 공포회피형에게도 고통의 길이다. 낌새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선택하지 말 것. 내가연애한 회피형도 한 번 회피했다가 다시 돌아온 사람이었다.

 

확신과 사랑을 미친듯이 줘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안정형을 만나면 모를까 공포회피형에게 연애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사랑이 고통의 또다른 이름이 되는 게 공포회피형이다. 나는 내 존재로 안정형을 괴롭히는 것도 싫다. 그냥 하는 일이나 잘 됐으면 좋겠다. 우리가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건 결국 수치화된 자산과 우리가 만든 라이프사이클, 우리의 건강 뿐이다. 연애에서 멀어져서 자기계발을 하는 게 멘탈 수련에 더 나은 방법이며 사회에도 공헌할 수 있다. 나는 타인과 나를 동시에 괴롭히는 취미가 없기 때문에 연애는 가급적 하고싶지 않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