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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시데리움
예전부터 내 고유한 것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했다. 보는 책, 보는 영화, 보는 영상, 좋아하는 음악과 좋아하는 만화. 이런 것들에 대해서 주위 사람들에게 숨기고 내 고유성이라고 생각하며 집착하던 게 바로 나였다. 이유는 여러 가지 같은데, 첫 번째로 좋은 건 나만 알고 싶은 쫌생이 기질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고. 두 번째는 내가 고유한 취향을 드러내서 받아들여진 적이 별로 없으며 자주 파괴 당했기 때문이다. 초등학생 때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을 학교에서 빌려서 집에 가지고 갔는데, 이런 거나 본다고 아버지한테 집어 던져지고 볼펜으로 책 앞 표지에 크게 선을 그어지는 참사가 일어났다. 또 중학생 때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내 신체적인 콤플렉스를 만회하기 위해 그림을 미화해서 그리냐는 듯이 비꼬고..
한동안 주말에 일을 하면서 블로그 글 작성을 해서 올리는 작업을 했었는데 에드센스 승인이 오류 때문에 나지 않아 의욕을 잠시 잃었었다. 다른 일을 추가로 해서 바쁘기도 했고. 이제는 가끔씩 올려 보려고 한다.
최근엔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있다. 새벽의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간간이 들리는 가게 상인의 빗질 소리와 함께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현재 일을 세 개 하고 있는데 목표를 설정하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으며 매진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하면서, 그렇기에 제일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마치 공부에 왕도가 있지만 그걸 따르기가 무척이나 어렵듯이. 살아 오면서 많이 힘들었고 상처를 받았다는 이유로 그에 대한 보상을 얻고 싶어했던 때가 있었다. 보상은 별 거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있고 싶었다. 아무에게도 건들여지지 않는 평온한 상태로 죽은 듯이 몇 주 정도 잠이나 자고 싶었다. 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죽일 뻔했던 집에서 나오기 위해 휴일 없이 쓰리잡을 하면서 돈을 모았다..

사실 나는 사람들에게 서운함을 잘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사람들의 서운함이 가끔 어렵다. 살아가면서 이런 말들을 들을 때가 있다. 네가 나를 정말 어떤 관계로 생각했다면 나한테 이렇게 해선 안 돼. 네가 나를 이 정도로 생각해 주지 않아서 서운해. 네가 어떤 행동을 한 것, 하지 않은 것이 나를 서운하게 해. 저런 말들은 나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말들이다. 상황이나 그들의 심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서운한 것, 힘든 것. 모두가 합당한 감정이고 느낄만 해서 느끼는 것일 테다. 물론 그 원인이 나라는 것도, 내가 어떤 면에서는 부족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도 나는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저런 말들이 어렵고, 납득이 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왜 저렇게까지 느끼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걸까? 기대..
알고 보면 나는 사람들을 참 서운하게 만든다. 답장이 느린 것도 그렇고 관심이 충분하지 않은 것. 내가 하고싶은 일이나 할 일에 골몰하며 독립성을 유지하려 하는 것이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일 거라는 생각을 한다. 이 글에서는 비밀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비밀주의 내 이야기를 뭐든 털어놓는 것은 나에게 약점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래 나는 인터넷에 글을 잘 쓰지 않는다. 댓글도 쓰지 않는다. 내 의견을 표출하거나 내 사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적이 없다. 반쯤은 귀찮아서, 반쯤은 어떤 환경과 배경일지 모르는 얼굴도 모르는 상대에게 내 말이 어떻게 와 닿을지 알 수 없어서.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줄 수 있는데다 내가 모든 것을 전부 아는 것도 아니니까. 내 주장은 그저 내 주장일 뿐이니 굳이..

전 연애에 대해서는 어디서도 말하지 않지만 내 블로그에서 몰래 쓰는 정도는 용납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공포회피형과 회피형의 연애는 말 그대로 최악이다. 연애하면서도 상당히 많이 인터넷 검색을 하고 사람들의 사례를 수집했다.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공포회피형과 회피형이 연애를 하면 공포회피형이 불안과 회피를 혼자 반복하면서 이른바 '널뛰게' 된다. 1. 왜 공포회피형은 회피형에게 끌릴까? 2. 회피형과의 미친 연애 3. 결론 1. 왜 공포회피형은 회피형에게 끌릴까?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회피형의 그 독립적이고 혼자 뭐든 잘할 것 같고 나에게 의존하지 않을 것 같은 그 느낌이 공포회피형에게 안전한 거리감이라는 착각을 준다. 너무 밀접하게 다가오는 친밀한 관계를 회피하는 공포회피형에게, 회피형의 그 거..

나는 항상 사람들이 힘들 때 지지해 주는 커다란 나무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사실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힘든 시기가 많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주위 사람들의 존재와, 내가 하는 일들의 상징성으로 버텨 왔다. 의미부여를 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그 시기에 곁에 있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까지 모두 많이 고마운 사람들이다. 나는 인간관계에 운이 따랐다고도 할 수 있다. 웬만해서는 깊게 얽히지 않으려는 나의 방어심리가 안전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에 도움을 준 건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호의를 보여주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로 인해 성장하고 인생이 얼마나 즐거운지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
생각보다 공포회피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어서, 내 이야기를 간단하게 적어보고자 한다. 나는 이른바 학대가정에서 자란 사람이다. 내 아버지는 알콜 중독자였다. 밤에 자다가 머리를 발로 차서 얻어맞고, 문을 잠그면 두드리고, 죽여버린다는 말을 종종 들었으며, 한때 입시에 실패했을 때는 별 저주의 소리를 다 들었다. 그리고 나중에 입시에 성공했을 때도 한 3개월만 조용했지 또다시 저주의 소리를 들었다. 세상에는 긍정 확언이라는 게 있다. 요새는 그걸 종종 읽곤 하는데, 그때의 나는 가족으로부터 그와 반대인 부정 확언을 수도 없이 들었다. 그것도 내가 잠을 자야하는 새벽에. 사이비들이 세뇌를 위해서 자주 하는 방법이 잠과 밥을 제때 주지 않고 사람을 몰아붙이며 세뇌하고 싶은 말을 반복하는 거라고 한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