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닿는 정보를 걸러내야 하는 이유
사람은 무엇에든 영향을 받는다. 석기시대에 살았던 사람과 지금 사는 사람이 원하는 것이 일부 생존에 필요한 필수 자원의 기능을 제외하고 전혀 다르듯이 말이다. 조선시대에 사는 사람이 새 휴대폰을 원하겠는가? 존재를 모르면 원할 수가 없다. 즉, 정보가 우리의 뇌에 닿지 않으면 뇌는 그에 대한 반응신호를 내뿜지 않는다. 욕망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원초적이고 삶에 필수적인 욕망은 정보의 입력 없이도 우리가 인지할 수 있다. 그것들을 충족시키지 않으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필수적이지 않은 욕망들은 다르다. 정보에 달려 있다.
또 왜 정보를 걸러야 하느냐? 뇌의 가소성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한정되어 있다. 우리의 뇌는 계속해서 정보를 처리하고 일한다. 심지어 트위터의 중요하지도 않은 정보를 볼 때도 말이다. 그 시간이 충분한 행복을 가져다 준다면 몰라도, 작은 불쾌감이나 귀찮음과 함께 그런 무의미한 행동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뇌에 대한 예의가 없는 짓이다. 내가 그랬다.
예의를 지키지 않는 나에게 뇌는 합당한 처벌을 내렸다. 바로 다른 일에 대한 집중도를 훅 떨어뜨려 버리는 것이었다. 음악과 동영상과 타인의 중요하지도 않은 감정 배설 언어, 광고에 둘러싸인 나는 아무것에도 집중할 수 없는 그저 소비형 인간이 되어 버렸다. 차라리 숲에 살았다면 더 많은 것을 이루었을 것이다.
이때 정보는 타인의 말, 뉴스, 책, 논문도 포함한다. 타인의 말과 생각과 그들의 경험이 우리에게 닿는 순간 우리의 몸에서는 상대에 대한 반응 신호를 내뿜으며 그 말에 대해서 해석하게 된다. 자신의 가치 기준이 잘 세워져 있는 사람이라면 괜찮다. 그런 사람은 헛된 조언을 참된 충고로 받아들이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자신이 큰 나무로 서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위험한 짓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험 안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으며, 음식이든 조언이든 충고든, 아무리 좋은 조언도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한다면 독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는 위를 튼튼히 하고, 그런 정보들을 잘 씹어 넘기는 방법을 체득해야만 한다.